성범죄
강제추행죄 성립요건, 성적 의도가 없어도 성립할까? 남자 사이 사건에서 판단을 가르는 3가지
강제추행죄는 가해자의 성적 만족 목적이 없어도 성립하고 피해자의 성별도 따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남자 사이 사건은 실무에서 장난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성립요건과 성적 의도 쟁점, 판단을 가르는 3가지를 사례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남자끼리 그런 행동이 강제추행까지 가나?" 남성이 남성에게 추행을 당한 사건에는 아직 이런 선입견이 남아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도 "그냥 장난이었다고 하면 끝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소를 망설이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남자도 강제추행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죄 성립요건에는 가해자의 성적 만족 목적이 들어 있지 않고, 피해자의 성별도 따지지 않습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남자 사이 사건의 판단이 더 어렵습니다. 법이 정한 기준, 실제 수사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 판단을 가르는 세 가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강제추행죄 성립요건: 성적 만족 목적이 없어도 성립합니다
강제추행은 가해자가 성적인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일반인이 봤을 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만한 행위인지, 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법 조문에도 피해자를 남자와 여자로 나누지 않습니다. 그러니 남자와 남자 사이에서도 충분히 성립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실무에서는 '성적인 의도'가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실제 수사입니다. 법적으로는 성적 욕망을 충족하려는 목적이 필요하지 않은데, 실제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건이 아닌데도 마치 요건인 것처럼 취급되는 것입니다.
성적인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것과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둘을 혼동하면 법적으로는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는 사건도 단순한 장난이나 의도 없는 신체접촉으로 치부될 위험이 있습니다. 성적인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었다고 해서 추행의 고의까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자끼리 그런 행동이 강제추행까지 가나?" 하는 선입견이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은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피해자가 여성이었다면 같은 결론이 나왔을까

제가 맡았던 사건 중에는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고 자리를 옮기던 중, 한 친구가 장난을 치며 뒤에서 어깨를 거칠게 잡아 몸을 젖히고 자신의 하체를 상대방의 엉덩이에 밀어붙인 일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단순히 부딪힌 것이 아니라 비비는 듯한 접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강제추행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장난을 치다 벌어진 일이고,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만약 남성이 여성의 뒤에서 갑자기 어깨를 잡고 자신의 성기 부위를 엉덩이에 밀어붙였다면, 과연 똑같이 단순한 장난으로 받아들여졌을까요? 아마 그 자리에서 곧바로 신고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남자가 남자한테 한 걸 굳이 강제추행으로 봐야 하나?" 하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는 강제추행 불송치로 끝나지 않으려면에서 이어집니다.
남자 사이 강제추행, 판단을 가르는 3가지

그렇다면 남자 사이의 사건에서는 무엇으로 판단이 갈릴까요. 세 가지를 보시면 됩니다.
1. 장소와 정황
이것은 남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이 다 보는 사무실에서 어깨를 토닥인 것과 둘만 있는 술자리에서 어깨를 만진 것은 행동이 똑같아도 판단이 달라집니다. "다들 보는 앞에서 굳이 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했겠냐"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있었다고 해서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시의 장소와 상황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2. 어느 부위를 어떤 식으로 접촉했는지
어깨를 가볍게 감싸는 것과 허리나 엉덩이를 반복적으로 쓰다듬고 움켜쥐는 것은 다릅니다. 접촉 부위와 횟수 등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3. 평소 관계와 장난으로 볼 여지가 있었는지
평소 친하지도 않은 친구를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고, 상대가 벗어나려고 하는데도 계속 몸을 밀착시켰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장난인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도 판단이 엇갈립니다
한 학교폭력 사안에서 가해 학생 부모님은 남자아이들끼리 흔히 하는 장난이라고 했고, 피해 학생 부모님은 아주 질이 나쁜 강제추행이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애매한 사건입니다. 사춘기 남자아이들끼리는 몸이 닿는 일이 많고, 유독 그런 식으로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기분 나빠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판단이 어려운 만큼 준비가 더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남자와 남자 사이의 강제추행은 판단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남자들끼리 흔히 하는 장난이라는 인식 때문에 추행의 의미가 가볍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준비가 더 중요합니다.
장소와 정황, 접촉한 부위와 방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중요합니다. 어떤 자료가 정황 증거가 되는지는 성추행 증거가 없다면 고소할 수 있을까에서 정리했습니다.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먼저 상담부터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담 내용은 비밀이 보장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 현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는 변호사 상담이 필요합니다.
법률사무소 오율 김혜진 변호사